미키17

영화 감상평

영화의 시작 30분 정도는 미키가 익스팬더블이 되어 17번이 되기 까지 어떤 죽음일 맞이 했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참혹하게 생체 실험을 당하며 이주선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계속 죽고 죽으며 교체되는 삶.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매일 산업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뉴스가 들리지만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은 없고 그저 다른 사람을 대체될 뿐이다. 이 영화에서 30분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미키 17이 살아서 돌아오고 미키 18과 만나고 외계 생명체가 나오고 하는 뒷 부분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캐네스 마샬과 토니 콜렛이 연기한 일파 마샬은 대한민국의 윤씨와 김씨를 떠오르게도 하고 미국의 트럼프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독제자들의 모습은 언제나 비슷한법이니까. 하지만 그들에 대한 풍자를 했다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미적지근했다. 미키를 중심으로 노종자의 이야기를 했다고 하기에도 미적지근하다. 원작의 한계라고 말한다고 해도 이건 적극적으로 각생을 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에 잠들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 내게는 너무나 재미가 없는 영화였다.

유튜브에서 미키17 분석 영상을 보다가 봉준호 감독 영화에는 악역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 이야기는 주인공과 악역 사이의 갈등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이 갈등이 클라이막스에 폭발하고 해소 되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악역이 없다면 무엇이 그의 영화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킬까. 아마도 그건 사회 시스템이 아닐까. 그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사회 시스템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들이고 그들이 사회 시스템과 갈등하며 이야기가 힘을 가지고 전개된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배경은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다.